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이 되었을 때
나는 고향이 거제다. 바닷바람과 조선소 굉음 속에서 자란 덕분에, 조선업은 내게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삶의 온도'였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계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구조조정과 적자의 상징이 되었고, 내 고향도 함께 식어갔다.
그러던 2023년, 익숙한 푸른 글씨 대신 주황빛 'Hanwha Ocean' 간판이 선박 위로 떠올랐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었다. 조선업이라는 산업의 리셋 버튼이 눌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4년, 한화오션은 연 매출 10조 원 돌파, 4년 만의 흑자전환이라는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건 단순한 수치의 회복이 아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미래 전략을 바꿔버릴 플레이어의 등장이었다.
한화오션, 구조조정의 아이콘에서 '첨단 제조사'로
1. 함정·상선·친환경 선박을 아우르는 삼각편대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수 후, 기존 역량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주입했다.
- 방산 함정 분야 확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장·레이더 기술과 결합
- 친환경 선박 기술 고도화: 암모니아 추진선, 자율운항 기술 등 선도 개발
- 고부가가치 선종 집중: 저가 벌크선 대신 고가 LNG선·특수선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그 결과, 2024년 한화오션은 전년 대비 46% 이상 증가한 10조 7,760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국내 2위 조선사로 도약했다.
2. 조선업과 방산의 시너지, ‘해양방위산업’이라는 블루오션
내가 가장 주목한 건 단순한 실적 회복이 아니다. 방산과 조선의 융합, 이 한 문장이 가진 잠재력이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구축함 대부분은 과거 대우조선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위에 한화의 지휘체계, 무장 시스템, 센서 기술이 올라간다. 이건 한국형 ‘방산 함정 패키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패키지는 동남아, 중동, 유럽의 중견 해군 국가들에 최적의 수출 제품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 빠른 건조, 무기까지 통합 제공. 이건 미국·유럽 기업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한다.
한화는 조선업의 부활을 넘어, 대한민국 해양방위산업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은 이미 형성됐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 한화오션의 기회와 리스크
현 주가 및 기업가치
- 2024년 3분기 기준 한화오션 매출 10.7조 원, 영업이익 2,379억 원
- 시가총액은 약 6조 원대로, PER 기준 약 20배 수준
- 다만, 방산·친환경 기술 가치 반영은 아직 미흡
목표 주가 및 전망
-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2025년 상반기 목표주가 40,000원 (2024년 말 기준 약 30,000원 수준)
- 주가 상승 여력: 약 +33%
- 2025년 LNG선 수주 본격화, 잠수함·특수선 수익 인식이 주가 반등의 핵심 동력
배당 정책과 투자 의견
- 구조조정 여파로 현재 배당 없음
- 2025년 흑자 기조 안정화되면 배당 재개 가능성 有
- 투자 의견: ‘단기 모멘텀 + 장기 성장성’이 공존하는 리오프닝 조선주
- ESG, 국방, 친환경 테마에 모두 걸쳐 있어 기관 매수 유입 가능성 높음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 그리고 한화
한화오션의 부활을 보며 나는 내 고향 거제를 다시 떠올렸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사람들과 기술이 다시 모이고 있다. 조선업은 단순한 노동집약 산업이 아니다. 이제는 정밀제어, 디지털 시스템, AI 기술까지 들어간 초정밀 산업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건, 과거의 대기업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 기업들이다. 나는 한화오션을 대한민국 제조업의 재정의 사례로 본다.
누군가는 조선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산업이야말로 미래 에너지, 안보, 교역의 중심축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한화오션이 있다.
